2016년 12월 25일 일요일
중앙SUNDAY 사설
■ 중앙Sunday
성탄절 아침이다. 하지만 앞뒤 좌우를 둘러봐도 도무지 웃을 일이 없다.
우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(AI)의 확산이 속수무책이다. 24일 현재 도살 처분됐거나 예정인 가금류 수가 2500만 마리를 넘어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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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계절인플루엔자(독감)의 확산도 가위 폭발적이다. 초·중·고생의 인플루엔자 의심환자가 외래환자 1000명당 무려 153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. 교육당국이 조기방학과 조기졸업까지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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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제지표도 암울하기 짝이 없다. 원화가치는 9개월 만에 달러당 1200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. 아직 심각하진 않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.
공공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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국외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.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(현지시간) 경쟁이나 하듯 핵무기 능력 강화를 외쳤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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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같은 총체적 위기 속에서 이를 헤쳐 나갈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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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는 사이 사랑과 자비의 물결로 가득 차야 할 크리스마스 이브의 광화문 거리는 여전히 촛불과 함성으로 뒤덮이고 말았다.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2016년의 마지막 날 역시 그럴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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특검과 헌재 결정이 남아 있지만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모든 허물을 떠안고 가겠다고 선언해야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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국민들 역시 이제 ‘광장 너머’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. 광장에서 촛불을 밝혔던 힘을 이제 난국을 헤치고 미래를 밝혀나가는 데 써야 한다. 프랑스의 희극작가 트리스탕 베르나르는 나치 비밀경찰에 체포됐을 때 함께 숨어 있던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. “두려움에 떠는 시간은 끝났어. 이제 희망의 시간이 시작된 거야.”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. 이제 분노만 하고 있을 시간은 끝났다. 꼭꼭 숨어 있는 희망을 찾아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. 그리스도 교도가 아니더라도 성탄절은 환희와 희망의 상징이다. 촛불로 달궈진 대한민국이 희망을 향한 장정의 힘찬 걸음을 떼는 날이 되기를 기대한다.
2016년 12월 25일 일요일
중앙선데이 1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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